40세에 대기업 그만 둔 女…돈 얼마 모으고 사표 던졌나 [이슈+]

입력 2021-10-04 11:24   수정 2021-10-04 15:01


대기업을 다니다 조기 은퇴한 40대 직장인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파이어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 조기 퇴직'(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따 만들어진 신조어로 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들을 뜻한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마흔 살에 은퇴를 한 뒤 자신의 로망을 실현 중인 김다현 씨가 출연했다. 김 씨는 카카오 서비스 기획팀 팀장 직급으로 일을 하다 지난해 남편과 함께 은퇴한 후 1년째 백수로 지내고 있다.

대기업을 다녔기에 파이어족이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씨는 "2004년 계약직으로 처음 일을 시작했고 당시 연봉이 1800만 원 밖에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회 초년생 시절 계약직으로 입사했고, 능력을 인정을 받아 정직원이 됐다며 다른 직장인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정직원이 된 후 한 번 연봉이 올랐고 SK로 이직하며 다시 연봉이 올랐다. 다시 (카카오로) 돌아오라는 말을 듣고 연봉이 한차례 깎였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카카오로 돌아간 뒤 평가를 잘 받으면서 다시 몸값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초년생 때는 급여가 적을지 몰라도 나이가 들면 복리 효과가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쌓인다"고 밝혔다.

조기 은퇴를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김 씨는 과거 야근을 하느라 택시비로 60만 원을 사용하고,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업무에 소진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김 씨는 "퇴사하기 전 불안 장애 증세가 있어 숨을 쉬지 못하고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도 있었다.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어느 순간 마흔 살 되기 전 세계여행이라도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길래 처음엔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돌아와 어떤 일을 할까 하다가 은퇴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귀띔했다.

김 씨는 은퇴자금으로 얼마를 모았을까. 그는 "한 달에 생활비 250만 원씩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세금 300만 원을 더해 1년에 필요한 돈은 3300만 원. 남편이 연금을 받는 만 55세까지(12년) 생활비만 4억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여행비용 1억까지 더해 총 5억 원을 은퇴를 위한 목표 자금으로 책정했다고.

퇴직 후 김다현 씨의 일상은 여유롭지만 무기력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오전 7시에 일어나 커피를 마신 후 공원에서 5km 정도 조깅을 한다. 식사를 하고 남편과 자유시간을 보내고 글을 쓰고 예능을 보면서 맥주를 한 잔 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고.


직장인 시절과 현재 지출 차이를 묻자 "회사 다닐 땐 스트레스 해소용 구매를 많이 했다. 주로 한우를 많이 먹으러 다녔더라. 그런 건 이제 하기는 힘들다. 은퇴 후 가장 달라진 건 나를 위로할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된다. 그 비용만 줄여도 크다"라고 밝혔다.

파이어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김다현은 "제 언니의 경우는 파이어족 안 되는 체질"이라며 "직장에서 큰 프로젝트를 맡고 거기에 성취감을 느끼고 칭찬을 받는 분들은 파이어족이 힘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유튜브 싱글파이어에도 출연해 더욱 자세히 은퇴 자금 마련법을 공개했다. 그는 "투자를 해서 돈을 번 게 아니라 월급의 70%를 저축했고, 열심히 일해 연봉을 올리는 게 재테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거주 중인 용인 아파트를 매도해 지방에서 주택을 구매하고 그 차익으로 은퇴 자금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금융맹'이라 투자를 잘할 자신이 없었고, 어린 나이에 개인연금을 들어놨다. 이후엔 주식투자로 해외 배당 ETF 등으로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내가 가진 현금이 몇십 년 후에도 같은 가치를 가지는 게 아니니까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를 하면 현상유지가 된다"고 강조했다.
파이어족, 핵심은 가치 전환…"하고 싶은 일 할래요"
19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파이어 운동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온라인을 통해 알려졌다. 전통적인 사회보장제도가 붕괴하고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부모세대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지켜본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여기에 주목했다.

이들은 일반적인 은퇴 연령인 50~60대가 아닌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표로, 회사 생활을 하는 20대부터 소비를 줄이고 수입의 70~80% 이상을 저축하는 등 극단적 절약을 선택한다.

파이어족들은 원하는 목표액을 달성해 부자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덜 쓰고 덜 먹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불필요한 소비에서 벗어나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는 가치 전환이 핵심이다.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주택 규모를 줄이고 오래된 차를 타고 외식과 여행을 줄이는 것은 물론 먹거리를 스스로 재배하기도 한다.

파이어족들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이른 은퇴로 인한 잠재 소득의 저하다. 많은 직장인의 소득이 40대에 최고점에 이르며, 이른 은퇴는 연금 등의 사회보장제도 혜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은퇴 후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투자수익에 의존할 경우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생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고소득 직종이 아니면 절약을 통한 재정적 자립이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그러나 불필요한 소비를 지양하고 저축과 장기투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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